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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view

시간 진짜 빠르다

화연(火然) 2022. 3. 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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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지 네달째다


내 인생 최고로 충동적인 결정이었던만큼
아직 적응이 안된것 같기도 하다
누가 요즘 뭐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이직준비하면서 잠깐 쉬고있어요, 라고 답하는게
아직도 좀 어색하다
살면서 직장인이 아닌 나를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데
벌써 그게 네달째라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자주 바쁜 일들이 생기고
(물론 놀러다니느라 바쁨)
회사다닐때보다 훨씬 액티브하게 살고 있다

예전에는 쉬는날이면 지쳐 쓰러져 자거나
쉬다가도 다음날 다가올 회사일이 생각나서
마음이 괴로워지곤 했다
지금은 각종 sns에서 보이는 핫플레이스
가고싶은것, 먹고싶은것, 하고싶은것 저장해뒀다가
하나씩 해보는게 일상이다
핫플이 아니더라도 요즘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 서로의 집에 놀러가고 동네맛집을 공유하는 그런 재미도 있다
새로운 취미 새로운 생활패턴으로 살고있다

잔고를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돈나갈 일이 많이 없는것도 같다
길면 일년반까지 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대략적인 비용 패턴을 보니
이년까지도 쉴 수 있겠더라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여기서 가끔 재밌어보이는 알바 몇개 하면
그 기간은 더 늘어날수 있겠지
생각보다 나의 경제력은 빵빵했다..(??)



장기적 계획 없이 하루살이 인생을 산다는게
아직도 어색할때가 있다
지금까지는.. 일이년단위 장기적 목표
예를들면 올해안에 회사에서 승진해야지, 혹은
돈 xx원을 모아야지
내년초쯤에는 차를 사야지 같은 목표를 잡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장기적 플랜이 아예 없고
길어야 일주일?단위의 목표만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도 건설적이라기보단
이번주에는 벚꽃이 피니까 잠실호수공원 놀러가야지
아니면 다음주에는 눈이 온다니까 스키타러가야지
속초에 대관람차 생긴다는데 보러가야지
이번주에는 게임에서 경험치 많이 주니까 게임해야지
하는 식이다
(안하던 게임도 시작했다 메이플 이후로 처음 ㅋㅋ)

같이 다니는 사람들 pool도 많이 달라졌다
자영업자 프리랜서 스케줄근무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게 되었다
나는 그간 인생에서 정석만 걸어왔던 사람이라
내 주변의 99%는 회사원/전문직 이었는데
요즘엔 세상은 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걸 깨닫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백수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잘 되어있다는걸 느낀다
최근에 내일배움카드로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18일동안 하루 세시간씩, 총 54시간동안 공부하는 긴 과정임에도
겨우 8만원밖에 지불하지 않았다
직장인이었다면 족히 몇십~몇백은 내야했겠지
월수금 오전 9:00에 시작하는 베이킹 수업 덕분에
밤낮도 안바뀌고
나름 루틴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베이킹 자격증을 딸 예정이어서
이번주에는 필기시험 접수를 할거다
같이 수업듣는 분들중에 60대 어머님이 계신데
그분이 본인이 공부했던 책같은것도 다 넘겨주셔서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수업 수강자의 평균연령이 46세인데
그분들과의 대화도 신선하고 재밌다

그리고 국민취업지원제도라는게 있어서
베이킹 수업에 출석만 잘 해도
6개월간 매월 50만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물론 지켜야할 몇가지 사항들이 있어서
꾸준히 자잘하게 신경써야하는게 있지만
회사일에 비하면 너무나 쉬운 것…

또 그동안은 소득제한에 걸려서 신청하지 못했던
다양한 정부지원 복지제도를 신청하고 있다
저소득자, 그중에서도 나처럼 소득이 0원인 사람들은
생각보다 작게작게 얻을 수 있는게 많다
신청자 전원이 보는 혜택도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처럼 일부 당첨자만 혜택보는것도 있다
어쨌던 회사다닐때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원자격조차 되지 않았던 것들인데
하나씩 그런걸 신청하고 혜택받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오히려 잘됐다 싶은 마음도 있다



쉬다보니 내 상태도 좋아지고
회사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잡을수도 있겠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도 갖게 되었다
베이킹 자격증 딴걸로 디저트샵을 차릴수도 있고
편집샵을 오픈해서 내가 좋아하는 제품만 모아놓고 판매할수도 있고 등등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크게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좀 더 긴 호흡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있다
회사다닐때처럼 기한이 정해진건 아니라서
막 몇년이 걸릴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는걸로 ㅠㅠ …
벌써부터 생각하는건 싫다

아 그리고 또
내가 이직하기 가장 좋은 연차라서 그런지
퇴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헤드헌터들의 러브콜이 많이 온다
일주일에 3~4회씩은 연락 오는 것 같은데
좀 별로인 회사를 쳐내고 나면
일이주일에 1회정도는 꾸준히 이력서를 제출하고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아직 회사로 돌아갈 준비는 안되었지만
누가 가라고 해도 싫다고 하겠지만 ㅠㅠ
채용에 두세달이 걸리는 점을 생각하면
혹시 모르니까
대충 준비는 해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중이다
되면 좋고 아님 마는거니까..

쓰다보니 생각보다 열심히 살고있는것 같아 뿌듯하네
ㅋㅋㅋㅋ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는거
여기저기 이것저것 깔짝대며 준비하고 있는데
이 모든게 나중에 아무런 소득이 없을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남들은 대리과장차장 직급 달고
좋은사람만나 착착 결혼하고 집사고 아기갖는데
나만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느라 고생하는 느낌인 점
예전보다 소개팅이 잘 안들어온다는 점
5년뒤 10년뒤에도 지금처럼 놀고먹고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날도 해야할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수도 있다는거에 대한 두려움
목돈이 남아있을때 뭐라도 시작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초조함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친구들, 탄탄대로를 걸으며 평범하게 직장인 생활하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두려움
심지어 내 얄팍한 자존심때문에 퇴사를 알리지 못한 사람도 꽤 많아서
그 사람들과의 연은 끊게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심지어 부모님도 아직 내가 퇴사한걸 모르셔서 ㅠㅠ
부모님한테 퇴사를 알린 이후에 벌어질 일들
끝없이 이어질 잔소리, 남과의 비교 기타등등
그래서 절대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그러다보니 늘어나는 거짓말들
뭐 그런것도 있고

쉰다는게 좋은점만 있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는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것 같다
퇴사한 이후로 정신과약은 한번도 꺼내지 않은걸 보니
화사다닐때보단 내 마음이 편안하구나 싶다

시간은 정말 빨리 가고
세상엔 재밌는 것들이 많다
재밌게 현재를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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