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쓰는 기분이다
내 블로그 꾸준히 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작년 한 해동안 정말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
휴직에 복직에 강제부서이동 2회, 그리고 퇴사
심지어 n년 만난 애인과도 헤어졌다 (n>3)
이 모든게 일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나,,, 작년이 삼재였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정신과약을 먹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끊은 상태이다
약을 먹기 시작한건 2020년 10월,
그리고 완전히 끊은게 2021년 12월이니
약 1년 2개월간 약물을 복용한거다
사실 진작부터 약을 끊고싶긴 했다
계속 먹다간 평생 먹는건 아닐까하는 걱정도 되고
먹은날과 안먹은날의 컨디션 차이가 극심해서
점점 의존해간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차례 전문의 선생님께 말을 꺼냈으나
여러가지 환경적 요소로 인해 당장 단약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일년 넘게 계속 먹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너무너무 끊고싶은 마음에 (이러면 안되지만)
혼자서 알아서 잘 끊기로 결정했다
정신과약 단약하는 법
약 복용을 중단하기 전에
혹시라도 있을 부작용에 대비해
최대한 여기저기 구글링을 많이 했다
숱한 검색 결과 찾은 결론은
“최대한 천천히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
마지막으로 약처방 받은게
로라반정0.5mg
렉사프로정 5mg
자나팜정 0.125mg 이었는데
조금씩 줄여나가는 편을 선택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
원래 복용량이 로라1 렉사1 자나1 이라고 가정할때,
1. 로라를 절반만 먹고 그 용량을 3일간 유지한다 (로라0.5 렉사1 자나1)
2. 렉사를 절반만 먹고 그 용량을 3일간 유지한다 (로라반0.5 렉사0.5 자나1)
3. 자나를 절반만 먹고 그 용량을 3일간 유지한다 (로라반0.5 렉사0.5 자나0.5)
4. 로라를 끊고 3일간 유지한다 (렉사0.5 자나0.5)
5. 렉사를 끊고 3일간 유지한다 (자나0.5)
6. 자나를 끊는다 (약복용x)
이런식으로 천천히 끊었더니
큰 무리 없이 끊을 수 있었다.
물론 약 용량 줄이는 당일+다음날은 내내 어지럽고
증상이 좀 있기는 했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은 정도?
과음한 다음날이나 잠을 못 잔 다음날 정도의
약한 컨디션 저하라서 괜찮았다
정신과약 단약 꿀팁
본인 스스로 단약을 하려는 분들께
드리는 팁이 있다면 일단
1. 본인이 먹는 약 용량을 최소로 줄여놓고 시작할것
무슨말이냐면 최소용량을 먹는 상태에서 시작하라는 말이다.
나는 세가지 종류 약을 먹었으나, 그 약 전부 최소용량 수준이었다.
예를들면, 렉사프로 같은 경우에는 5mg, 10mg, 15mg 용량의 약이 나오는데
나는 가장 적은 용량의 5mg약을 먹고 있었기에 위와 같이 절반을 쪼개먹으며 단약하는 방법이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에 10mg짜리를 복용하고 있다면 아무리 약을 절반으로 쪼개먹는다고 해도 꽤 큰 용량을 한번에 감약하는거라 몸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최소용량의 약을 먹게 될때까지는
의사선생님 말을 따르며 감약하길 바란다
2. 만일에 대비한 스페어 약을 구비할 것
나는 불안증세가 심했던 기간이 있었다
회사에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 줄줄 나면서 온몸 소름 돋는 느낌에 병원에 전화해서 울기도 했었고..
(선생님 살려주세요 어떡하죠 등등 하소연)
병원 방문 이틀만에 다시 또 병원으로 뛰어가서 도와달라고 울기도 했고 ㅠㅠㅋㅋ
그런 갑작스러운 방문을 몇번 했더니
선생님이 정말 힘들때 먹으라고 스페어 약을 좀 주셨다
자나팜 20알정도? 작은 통인데
사실 그걸 처방받은지 일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먹은건 두번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도 그게 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마음의 위안이 된다는 것
단약을 할때도 스페어 약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혹시라도 내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지면 언제든지 먹을수 있다는 생각?
실제 응급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3. 환경변화를 최소화하자
감약하는 기간에는 나 자신이 흔들릴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가 아닌 주변의 것들은 Fix 상태로 맞추어 놓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변화라고 해도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적인 환경에서 시도하는게 좋겠다
4. 중간에 실패해도 자책하지 말자
감약, 단약은 원래 힘든거다
도저히 못하겠어서 원래 먹던대로 다시 먹어도 괜찮다
이 약들이 원래 그런걸 어떡해~~~
본인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용량 다시 늘려도 나중에 다시 줄이면 되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 (너무 걱정하고 자책하면 그게 더 안좋다)
정신과약 단약 1개월차 현재상태
내가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 당연했던 부작용들이
감약을 하면서 점점 사라졌고
단약하니까 완전히 사라졌다
몸이 좀 더 가벼워진 기분이고
기분좋을때가 많아졌다
또 성욕저하가 심각했는데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다
기분좋을때가 많아진 만큼
우울하거나 다운된 느낌도 생겼다
약먹을때의 기분변화가 +-10이라면
지금은 +-30 정도의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발랄할때도 많지만 반대로 우울할때도 있다
그리고 불안증 약을 줄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밤에 잠이 잘 안온다 ㅎㅎ….
이건 내가 백수여서 생체리듬이 박살나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어쨌든.
차분/몽롱/멍한 기분이 줄어든만큼 잠이 잘 안온다
운전할때도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약먹을땐 운전에 집중하다가도 간혹 2초정도씩 멍해질때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 느낌이 없다
차 바퀴의 움직임이나 노면의 울퉁불퉁함이
갑자기 확 느껴져서 약간 놀랄때도 있다
약먹었을때는 전기차 타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디젤차 타는기분?
그리고 내가 기대했던 지능적인 부분은 아직
예전반큼 돌아오진 않은 것 같다
고차원적 생각은 좀 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장점인 통찰력/논리력/계획성 그런 것들은 아직 회복중인것 같다
결론
단약한 후, 삶의 질이 더 높아졌다
언젠가 힘들면 또 약을 찾아 먹겠지만
지금 당장은 만족하는 중
약 끊고 즐거운 기분을 느껴보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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