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여덟번째 방문 원래는 다음주인 30일에 방문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불안증세가 도져서 도저히 나를 진정시킬 수 없어서 울면서 병원에 전화하고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뛰어갔다. 얼마 전 휴직 얘기를 꺼낸 나에게 팀장은 노골적으로 불만과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내 담당임원 (팀장의 상사)에게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걸 어디서 주워듣거나 눈치를 챈 것 같다. 내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휴직하려고 한다, 진단서는 떼오겠다 라고 말을 했는데. 끝까지 "병명이 뭔지는 안알려주실거죠?" 라면서 비꼬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내가 인수인계 말만 꺼내면 계속 못들은척 하고 다른얘기하면서 자꾸만 새로운 업무를 던져주는데 휴...... 오늘은 아침부터 좀 불안했다. 분명히 아침약 점심약 예비..
11월 16일 월요일 점심시간에 일곱번째 신경정신과 방문 팀내에 새로운 사람이 이날 입사한다고 했다. 회사내에서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나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어쩌면 휴직을 하지 않고도 내가 조금은 기댈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 상태도 조금은 괜찮아지는것 같아서, 2주간 약을 먹으며 회사 내에서의 상황을 지켜보고 2주 후에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은 정말 상태가 괜찮아서 빠르게 끝났고 약도 평소에 먹던대로 그대로 받아왔다. 약을 2주치 받느라 병원비는 3~4만원 정도로 좀 많이 나왔던것 같다.
항정신성 약물은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 대표적인게 무력감, 나른함, 졸림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그거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의 기복이 사라졌다는 단점이 더 크다. 뭘해도 즐겁지 않고 뭘해도 멍한 느낌.. 그리고 요새는 운동이 전혀 즐겁지가 않다. 원래 내 인생의 낙은 일주일에 4번씩 하던 운동이었는데 약을 먹은 이후로는 운동이 갑자기 너무 버거워졌다. 원래 필라테스 수업을 할 때 같은 동작을 10번 반복하면, 7~8번째부터 조금씩 힘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잡고 운동 할때도 특정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집중도 잘 되었다. 운동 끝나면 개운했고 다음날의 옅은 근육통도 좋았다. 그러나 약을 먹은 이후로는 특정 근육에만 힘을 주기기 어려워졌다. 대충 비유하자면 전날 잠 못잔 느낌, 술을 아..
11월 11일 수요일에 여섯번째로 방문했다 팀장의 태도 변화로 평온한 일주일을 보냈다. 모든걸 잘 해냈고 칭찬도 받고 회사에서의 입지도 한 층 굳혔다. 좋았다.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자 팀장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에게 맡겼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자기가 하겠다면서 전부 가져갔다. 그리고는 역시나처럼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았다. 타팀 팀원이 계속 놀랐다. 이런게 왜 ㅇㅇ님한테 공유가 안되는거죠.. 하면서. 나도 놀랐고 어처구니 없었고 황당했다. 계속 묻고 관심갖고 열심히 해도 여전히 나에게는 제대로 공유를 안한다. 바빠서일수도 있지만.. 월요일 화요일을 그런 상태로 보내고 나니 다시 예전같아질거라는 생각에 불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더불어서 병가 휴직하면 연차도 먼저 소진..
11월 6일 금요일 심리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다시 방문했다. 3주동안 벌써 다섯번째 방문이다 병원에 가자 상담 선생님이 나의 정신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주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근거를 달아 설명하고 있었고 대부분 맞게 적혀있었다. 검사 결과, 나는 불안과 우울을 동반한 적응장애라는 결과를 받았다. 적응장애는 일종의 PTSD와 유사한 것으로, 특정 상황으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PTSD는 전쟁, 죽음 같이 모든 사람이 충격받을만한 큰 사건으로 인한 것이고, 길게는 몇년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적응장애는 PTSD보다는 살짝 낮은 단계로, 이직, 전학 등 일부에게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사건으로 인한 것이다. 충격 요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