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가지 않는 월요일이다. 어색하기도 하고 주말같은 평온함이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느새 11시가 되어 있었고, 조금 밍기적 거리다보니 12시가 되어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원래는 집근처에 샐러드 집을 가려고 했는데, 가다가 길을 잃어 근처의 다른 샐러드 집을 갔다. 이젠 시간이 많으니 다른 길을 가게 되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가면 된다. 최근에는 어딜가든 킥보드를 타곤 했는데, 쉬는 동안에는 걸을 일이 없으니 최대한 걸어서 어디든지 가보기로 했다. 휴직과 동시에 수도권 지역이 코로나 2.5단계로 격상괴면서 필라테스 학원도,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았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산책뿐이다. 유튜브에서 본 얼죽코 코디를 참고해서 꽁꽁 싸매고 코트를 입고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
12월 4일 금요일 예정된대로 방문했고, 진단서 내용도 원하는대로 나왔다 한동안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회사에 안가도 되고 회사 사람들을 안봐도 된다고 하니 한줄기 빛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팀장도 같은 기분이지 않았을까 ㅎㅎ 그래서 이번에는 갑작스레 울면서 방문하지 않고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다. 병가휴직을 준비하면서 팀장과 임원에게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렸고 휴직을 하고싶다고 했다. 다행히 다들 오케이 하셔서 한달 간 휴직에 들어가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 이라는 진단을 내주었다. 어떤 상황만 되면 (약이 없는 상태에서) 나는 너무 불안하고 눈물만 나고 심장이 뛰고 어지럽고 화가나고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병원에서는 그게 회사 내에..
11월 23일 여덟번째 방문 원래는 다음주인 30일에 방문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불안증세가 도져서 도저히 나를 진정시킬 수 없어서 울면서 병원에 전화하고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뛰어갔다. 얼마 전 휴직 얘기를 꺼낸 나에게 팀장은 노골적으로 불만과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내 담당임원 (팀장의 상사)에게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걸 어디서 주워듣거나 눈치를 챈 것 같다. 내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휴직하려고 한다, 진단서는 떼오겠다 라고 말을 했는데. 끝까지 "병명이 뭔지는 안알려주실거죠?" 라면서 비꼬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내가 인수인계 말만 꺼내면 계속 못들은척 하고 다른얘기하면서 자꾸만 새로운 업무를 던져주는데 휴...... 오늘은 아침부터 좀 불안했다. 분명히 아침약 점심약 예비..
11월 16일 월요일 점심시간에 일곱번째 신경정신과 방문 팀내에 새로운 사람이 이날 입사한다고 했다. 회사내에서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나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어쩌면 휴직을 하지 않고도 내가 조금은 기댈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 상태도 조금은 괜찮아지는것 같아서, 2주간 약을 먹으며 회사 내에서의 상황을 지켜보고 2주 후에 방문하기로 했다. 이날은 정말 상태가 괜찮아서 빠르게 끝났고 약도 평소에 먹던대로 그대로 받아왔다. 약을 2주치 받느라 병원비는 3~4만원 정도로 좀 많이 나왔던것 같다.
항정신성 약물은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 대표적인게 무력감, 나른함, 졸림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그거지만 일상에서의 감정의 기복이 사라졌다는 단점이 더 크다. 뭘해도 즐겁지 않고 뭘해도 멍한 느낌.. 그리고 요새는 운동이 전혀 즐겁지가 않다. 원래 내 인생의 낙은 일주일에 4번씩 하던 운동이었는데 약을 먹은 이후로는 운동이 갑자기 너무 버거워졌다. 원래 필라테스 수업을 할 때 같은 동작을 10번 반복하면, 7~8번째부터 조금씩 힘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잡고 운동 할때도 특정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집중도 잘 되었다. 운동 끝나면 개운했고 다음날의 옅은 근육통도 좋았다. 그러나 약을 먹은 이후로는 특정 근육에만 힘을 주기기 어려워졌다. 대충 비유하자면 전날 잠 못잔 느낌, 술을 아..
11월 11일 수요일에 여섯번째로 방문했다 팀장의 태도 변화로 평온한 일주일을 보냈다. 모든걸 잘 해냈고 칭찬도 받고 회사에서의 입지도 한 층 굳혔다. 좋았다.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자 팀장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에게 맡겼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자기가 하겠다면서 전부 가져갔다. 그리고는 역시나처럼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았다. 타팀 팀원이 계속 놀랐다. 이런게 왜 ㅇㅇ님한테 공유가 안되는거죠.. 하면서. 나도 놀랐고 어처구니 없었고 황당했다. 계속 묻고 관심갖고 열심히 해도 여전히 나에게는 제대로 공유를 안한다. 바빠서일수도 있지만.. 월요일 화요일을 그런 상태로 보내고 나니 다시 예전같아질거라는 생각에 불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더불어서 병가 휴직하면 연차도 먼저 소진..
11월 6일 금요일 심리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다시 방문했다. 3주동안 벌써 다섯번째 방문이다 병원에 가자 상담 선생님이 나의 정신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주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근거를 달아 설명하고 있었고 대부분 맞게 적혀있었다. 검사 결과, 나는 불안과 우울을 동반한 적응장애라는 결과를 받았다. 적응장애는 일종의 PTSD와 유사한 것으로, 특정 상황으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PTSD는 전쟁, 죽음 같이 모든 사람이 충격받을만한 큰 사건으로 인한 것이고, 길게는 몇년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적응장애는 PTSD보다는 살짝 낮은 단계로, 이직, 전학 등 일부에게만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사건으로 인한 것이다. 충격 요인이 ..
11월 2일 월요일에 이래저래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바람에 갑자기 병원을 방문해서 새로운 약을 처방받아왔다. 원래 먹던건 인데놀정 + 데파스정 조합 그리고 밤에 취침 직전에 먹는 졸피신정이 있었다 새롭게 스페어용으로는 인데놀정 + 자나팜정을 받았다 인데놀정과 데파스정은 항상 같이 먹어서 둘의 효능을 각각 가리기는 힘들지만, 둘다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는 조금 많이 졸립고 멍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아무래도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항정신성의약품이라 그런지 확실히 맹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특히 점심 직후에는 졸음이 너무 심해 집중이 좀 힘들었다. 졸피신정은 그 유명한 졸피뎀 성분이 들어간 약물이다. 수면제의 일종이어서 빠르게 잠 들수 있고 푹 잘 수 있지만, 먹고 나서 바로..
11월 2일 월요일 신경정신과 네번째 방문 지난 수요일, 병원에서의 검사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고 했으니 일주일간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워낙 그런 테스트나 검사, 문제풀이 같은걸 좋아해서 그런지 검사하면서 약간 재밌다고 느꼈고, 문제 풀때도 그냥 신나게 풀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을 많이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의사선생님이 진단서를 안써줘서, 이렇게 괴로운 상태로 병가도 못내고 계속 다니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검사 다음날인 목요일은 외부 업체로 외근을 나갔었는데 하루종일 그 생각이 들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퇴근하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
10월 28일 수요일 신경정신과 세번째 방문 이날은 심리검사를 하기로 해서 반차를 썼다. 검사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는데 나는 45만원이었다. 예약금 2만원을 걸었고, 취소시 환불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사 전에는 거의 열장 가까이 되는 검사지를 풀어가야 했다. 흔한 대기업의 적성문제 같은 것이고, 솔직하게 풀어가면 된다고 했다. 주관식 문제도 따로 있었다. 한 개인의 배경을 알기 위한 질문들이었고, 자유롭게 적으면 되었다. 검사 전에 작성해가야 할 검사지만 서너시간은 걸렸던것 같다. 이후에 병원에 직접 방문해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의 종류는 다양했다. 자세하게 말하면 혹시라도 나중에 검사할 사람의 효과가 떨어질까봐 말은 못하겠지만 , 거의 아이큐검사나 인적성 같은 느낌이었다. 숫자와 도형과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