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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view

쌩 퇴사 후기 - 두달반째

by 몬탁에서만나 2022. 1. 24.



6년동안 이어온 직장생활에서
울며 도망쳤다.
백수의 시간은 누구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게 벌써 두달반이라니.

회사를 안다니면 심심하고 지루하겠지? 라고 생각했던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오히려 직장인때보다 더 알차고 꽉찬 하루를 보내느라 정신없다.
하루하루가 살아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즐거운 일이 우울한 일보다 4배는 더 많다.
뻔한 말이겠지만,
간간히 줄어드는 잔고를 볼때만 빼면
나머지 시간들은 행복, 즐거움, 신남에 한참 가까워진 상태이다.



얼마전에는 새해를 맞아
해피저금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행복한 일이 생길때마다 그걸 종이에 기록해서
유리병에 넣어 보관하는 식인데
올해의 마지막 날에 병을 열어 한번에 회고할 계획이다.

오늘이 1월 24일
나는 지난 24일동안 벌써
7번이나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회사 다닐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횟수다.
그때는 매일매일이 괴로움과 고통의 연속이었고
퇴근후에도 회사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회사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 같다.
물론 월급과 휴가라는 개념도 함께 사라졌다.
평일과 주말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어딜 놀러갈때면 항상 평일 낮에 놀러가는걸로 계획을 짜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게 사람이 적으니깐)

극악의 웨이팅을 자랑하는 핫플레이스도
평일낮에는 큰 부담없이 갈 수 있다.
덕분에 예쁜 카페, 인기많은 전시회, 맛집 등을
빠짐없이 섭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평일 낮에는 같이 놀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
덕분에 스케줄근무를 하는 친구나
프리랜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잦아졌다.

나는 워낙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혼자서 돌아다니는게 익숙하고 재밌지만
만약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낯설 수 있겠다.




또 다른 단점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회사다닐때는 의식하지 않아도 통장에 항상
일정량의 잔고가 있었는데
지금은 잠깐만 한눈팔아도 잔고가 훅 줄어있다.

내 한달치 생활비를 토대로
앞으로 얼마나 백수로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해보고싶지만
너무 우울해질것 같아 아직 해보진 않았다.
앞으로도 안해볼것같긴 하다.

일단 지금 계획은
입출금통장의 돈을 가장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주식계좌의 돈을 꺼내어 쓸 예정이다.
그 다음은 예금계좌, 그것도 다 쓰면
퇴사직전 개설해왔던 마이너스통장을 쓸 차례.
그 한도도 넘으면 이제 우리집의 보증금을
깍아먹을 예정이다.

아마 예금계좌의 돈을 다 써갈때쯤
경제활동을 재개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앞으로 일년반 후?

6년간 다람쥐마냥 성실하게 모아왔던 모든 돈을
다 꺼내어쓰는 기분이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돈을 모은건 아닐까?



회사다니면서 못견디게 힘들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내가 번 돈이라도 다 쓰고 죽고싶다는 거였다.
어쩌다보니 지금 비슷하게 실천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도 들고..
사실 그 생각으로 퇴사한것도 맞긴하다.

지금은 퇴사 두달밖에 안됐지만
퇴사기간이 일년 그리고 이년이 된다면
커리어가 끊기는건 시간문제다.
애도 없는 미혼이면서 경단녀가 되는거겠지
계속 직장생활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큰 리스크이다
뭐 나도 알고있지만
아직 커리어따위 고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당장은 나를 돌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즐거운 일만 하면서
지쳐왔던 나를 좀 돌보고 싶다.
아직은 내년 내후년의 나를 고려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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