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sonal review

정신과 네번째 방문 :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방문

by 몬탁에서만나 2020. 11. 2.

 





11월 2일 월요일
신경정신과 네번째 방문



지난 수요일, 병원에서의 검사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고 했으니 일주일간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워낙 그런 테스트나 검사, 문제풀이 같은걸 좋아해서 그런지 검사하면서 약간 재밌다고 느꼈고, 문제 풀때도 그냥 신나게 풀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을 많이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의사선생님이 진단서를 안써줘서, 이렇게 괴로운 상태로 병가도 못내고 계속 다니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검사 다음날인 목요일은 외부 업체로 외근을 나갔었는데 하루종일 그 생각이 들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퇴근하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쩔줄 모르고 안절부절 하다가 심리상담검사를 해주신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뒤늦게 죄송하지만 그날 검사를 너무 재밌게 하느라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다 표현을 못드린거 같아 속상하고 후회된다면서,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든 상태라고 했다. 선생님은 따뜻하게 토닥여주면서 그날 테스트 잘 했으니 문제 없을거라고 하셨고, 열심히 했으니 후회 안해도 된다면서 저녁은 편안하게 보내라고 했다. 선생님께 많은 위로를 받고 그날은 좀 편하게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날은 금요일에도 같은 증세는 계속되었다. 내가 너무 가벼워 보였다는(?) 후회와 함께 진단서를 못받을거라는 두려움 같은게 몰려들면서 심장이 너무 뛰고 걱정이 많이 됐다. 결국 고민고민하다가 3시쯤 병원 플러스친구로 카톡을 넣었다.

 

 

 

 

약먹은지 세시간밖에 안되었는데 진단서가 안나올까봐 너무너무 두렵고 불안한 상태인데, 약 하나 더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리셉션 분이 답해주시는거라 답장은 4시간 정도 후인 7시쯤 왔고, 나보고 너무 불안하면 약을 더 먹어도 된다고 했다. (아침약과 점심약이 같으니, 아침점심약을 한번에 먹으라는 말) 그러면서 약이 모자랄 수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내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주말에는 회사를 안가서 그런지 약간 우울한 것 빼고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수면제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위한 인성 검사도 잘 마쳤다. 거의 20시간을 침대 위에서만 있으며 푹 쉬었다. 

 

 





 

그리고 월요일. 월요일이 되자 다시 불안증이 도졌다.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사방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호흡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자리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고 머리가 팽팽 돌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시키신대로 약을 하나 더 먹었다. 아침 9시에 먹고 낮 12시에 같은 약을 한번 더 먹었는데,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기분이 들어 더 걱정스러웠다. 

 

 

 

결국 고민하다가 12시 45분쯤 병원에 전화해서 1시에 찾아가도 되냐고 물었고, 병원에서는 1시 15분에 예약을 잡아주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자 마자 병원에 바로 찾아갔다. 20분정도 대기시간을 가졌는데, 병원 로비에 있는 TV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심호흡하기, 근육이완하기, 나비포옹법 등이 있었고, 그걸 다 해봤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호흡이 흐트러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더 심란했다...

 

 

 

진료시간이 되어 선생님을 보러 들어갔는데, 또 선생님을 보자마자 눈물이 주륵주륵 나왔다. 선생님 말에 의하면, 업무에 최대한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아주 약한 약을 쓰고 있어서 그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아예 용량을 두배로 처방하는 것은 좀 그렇고, 내가 느끼기에 너무 불안하다고 느껴질때만 조금 더 먹을 수 있게 스페어로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러면서 진단서를 꼭 써줄테니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여러번 말하셨다.

 

 

 

 

선생님은, 쉬면서 앞으로의 상황을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 아닐지를 떠나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음가짐법 같은걸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틀린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뭔가 서러운 마음에, 회사로 돌아오는 15분 내내 울었다. 더 고생하긴 싫은데... 사는건 왜이리 고생스럽고 나는 또 왜이리 개복치인건지...

 

 

 

 

진료와 약값은 합쳐서 21,000원 정도가 나왔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