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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view

허무

by 몬탁에서만나 2021. 3. 26.


학교다니면 공부 열심히 하고
졸업하면 회사다니고
나는 다들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
내 주변은 다들 그렇게 살았으니

나도 어른?이되면 당연히 회사에 다니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회사생활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본적은 없다
수능봤으니 입시준비하고
졸업반됐으니 취업준비하고
그렇게 그냥 회사에 왔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회사에서 그렇게 힘들었나보다
뭔가를 해야한다는게 없어지니 허무하고
내가 이걸 위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회의감?
삶의 목적의식같은것도 같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에서도
나는 혼자서 지내는게 제일로 편하고 좋아서
항상 혼자 다녔는데
직장생활에서는 그럴수 없다는걸 알았다

평생을 아싸로 살다가
생애 첫 단체생활을 하는 기분이다

결국 내가 제일 문제인거겠지







내일부터 A실장 근처에서 일하게 된다
자리도 옮긴다
A실장 옆자리 직원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옮긴다는 얘기 들었다
자의로 옮기는거냐 아니면 타의로 옮기는거냐?
이쪽 일 경험이 있으셨냐?
일단 와서 뭘 잘할지 본다고 한다던데 사실이냐?
이렇게..

A실장은 너무 소문을 잘 퍼트리는 사람 같다
내가 A실장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거야
"김땡땡이라는 사람 마음에 들어서 당분간 내가 직속으로 데리고 일 좀 해보겠다" 이렇게...
다른사람 앞에서 대놓고
"일단 와서 뭘 잘하는지 보는 시간을 갖겠다"
이런식으로는 절대 말 안할것이다

딴에는 챙겨주려고
주변 직원에게 다 털어놓은 것 같기도 한데
방법이 완전 틀렸다
나는 A실장 밑으로 가기도 전에
아예 정이 떨어진 것 같다

앞으로 내가 A실장에게 솔직한 얘기를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거다







오늘 들었는데
나를 제외한 우리팀 팀원들도
다른팀으로 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팀에 나만 남게 되니까
빨리 다른 부서 자리 알아봐서 옮기라고 할땐 언제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은 그대로 그 자리이고
나만 부서이동 하는거다

애초에 이렇게 될거면 왜 나한테 거짓말 했는지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떼어내고 싶은 존재였는지
그렇게까지 멀리 보내고 싶은 존재였는지 궁금하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어디가 그렇게 싫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남아있던 일말의 정까지 다 떨어졌다






오늘은 타회사의 팀장과 티타임을 가졌다
내 이력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다만 연봉은 맞춰줄 수 없다고 했다

다음주에는 면접 두개가 잡혀있다
외국어면접과 PT면접이 있어 준비할것도 많다
근데 지금 심정으로는
솔직히 아무데도 가기가 싫다
다른곳도 다 똑같을 것 같고
회사라는것 자체에 회의감이 많이 든다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고학력 알바쟁이로 살기엔 쪽팔리고 자신없고
다른 뭔가 장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백수로 살수도 없으니

좋은 스펙 쌓고 좋은 학벌 만드려고
죽어라 공부하고 노력하고
돈이며 뭐며 다 쏟아부은 결과가 이거라고 생각하면
참 초라하고 비참해진다
난 뭘 위해 노력했을까?





세상에 관심병사들은 다들 잘 살고있을까?
뭐해먹고 살까
사람이 싫은 사람들은 뭐하면서 돈을 벌고 있을까?
사람 만나지 않고 일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게 두통인지 생리통인지 아니면 공황인지도 모르겠고
자꾸 숨이 안쉬어지면서
머리가 팽팽 돈다
다른 사람한테 징징대기도 이젠 미안하다
그래서 괜찮은척
아무일 없는척





만약 죽을거면
내가 모아둔 돈은 다 쓰고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이 집의 짐을 싹 정리해서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다음에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놀러다녀야지
엄마아빠가 분명 뭐라고 할테니
나는 회사다니는척을 할거다

9시부터 6시까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간때우고 놀러다니고 먹고 보러다니며
잔고 걱정 안하면서
내가 가진 보증금 다 까먹으면
그때 이제 편안히 눈 감을수 있는거지
하는 상상을 해본다






3달을 부모님 몰래
월급 안받고 쉬며 놀았는데도
회사로 돌아오니 결국 제자리네





사주를 보러가면
다들 나보고 외로운 사주랬다
타고나기는 벤츠인데
평생 비탈길에 비포장도로만 가는 신세랬다
대신 초년 중년에는 좀 힘들다가
50대가 되면 그때부터 잘 풀린다고 했다

근데 굳이 그때까지 괴로운걸 버틸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거야말로 또다른
"수능끝나면 해방이야" 같은거 아닐까





요즘들어 다시 입맛이 없어져 밥도 못먹겠고
밤에 잠도 안온다

다시 시작이다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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